2010/02/01 12:55 | 읽고 듣고 보고...

 
 
 
 
 내가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알랭 드 보통의 글이다.
그렇다고 내가 그의 글을 많이 읽은것은 아니다. 단지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를 읽다가 그만뒀고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을 읽었을 뿐이니까. 게다가 그것은 소설이라고 하겠지만 이것은 소설이라기보다는 에세이겠지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이책은 꽤 흥미롭게 읽었다. 손에 붙잡았기에 읽어야한다는 의무감-뭐 그나마 이 의무감을 가지고도 못읽는 책이 늘어나는 요즘이지만-보다 호기심과 그의 여러가지 지식을 바탕으로 끌어내는 글이 무척 재미있었기에 다 읽을 수 있었다.

 일단 집에 있는 그의 책-동생이 사놓은 것-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지금 막 읽기를 마친 이 책에서 발췌한 몇 부분을 정리해둬야겠다.

141page,
노동자들은 화장실에 들어가 흐느끼기도하고, 실적 미달에 대한 두려움을 술로 달래기도 하며, 해고를 당하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기도 한다.

 희안하게 읽고 있는 텍스트가 뉴스의 한줄 기사와 맞물리는 경우, 혹은 동시에 읽고 있는 다른책의 내용과 그러한 경우도 있다. '불안'을 읽는 동안 한국에서는 삼성의 어느회사 부사장이 업무스트레스로 인한(듯한) 자살 소식이 있었다. 위에 글을 읽기전에는 "그래도 죽을 필요까지는……"이라고 생각했으나 저 부분을 읽으면서는 "아, 그럴수도 있나보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한가지로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었다가 다른 매체의 텍스트와 맞물려서는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정확하게는 이해했다기 보다 가능성을 염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24page,
우리는 중요한 외과수술을 하는 의사를 조롱하지 않는다. 그러나 수술을 끝낸뒤 집으로 돌아가서 거만하게 의학적 은어로 부인과 딸들을 으르는 의사는 조롱할 수 있다. 우리는 정당화 할 수 없고 어울리지 않는 것은 조롱한다.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왕, 능력이 권력을 따라가지 못하는 왕은 조롱한다. 우리는 조롱을 하고, 웃음을 통하여 불의와 과잉을 비판한다."

 삶은 분명 어느사람에게나 하나이지만 여러부분으로 나뉘어있다. 그래서 그 균일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조롱받는 것을, 그것을 인정하는 것과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큰 차이이고 전반적 사회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요즘 자주보이는 '명예훼손'은 이러한 부분에 대해 받아들이지 못하고 감정만을 세워 격하게 반응한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 그러한 행동을 통해 미숙함을 더더욱 드러낼뿐. 물론 어이없이 명예를 훼손하기 위한 것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인한 고발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283page,
울프의 책은 구체적인 정치적 유구에서 절정에 이른다. 여자에게는 존엄만이 아니라, 동등하게 교육받을 권리, "1년에 500파운드의 소득"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읽어봐야 할 다른 책을 보게되는 경우는 보통 없다. 에세이에서도.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는 여러가지 책에 대한 흥미가 생긴다. 그 책을 읽어야 제대로 이해를 할 수 있다는 느낌이 생기기도 하고.
2010/02/01 12:55 2010/02/01 12:55
2010/01/18 12:46 | 읽고 듣고 보고...

남자와 여자, 사회에서 그 강자와 약자가 바뀌게 되면 어떻게 될까?

위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으로 쓴 소설이라 생각한다.

움-우리가 인식하는 여성을 칭한다-과 맨움-우리가 인식하는 남성-이 사는 사회, 그곳에서는 움은 가장이고 사회의 강자이다. 맨움은 움에 종속적인 삶을 살거나 종속이 되지 못했을 경우 심한 경제적 빈곤을 겪으며 산다.

무보수노동인 가사노동, 강요받는 성적 수치심, 비독립적 삶.
이것은 지금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이 느끼는 주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주제를 교묘하게 뒤집어서 표현했다. 나는 남자라서 모든 부분을 이해하지 못했으리라 생각한다. 당하는 사람만 알 수 있는 일들이 있다는 것을 현실에서 겪었기에 여성으로 살아보지 않은 사람이 그것을 얼마나 잘 이해할 수 있으랴. 게다가 번역한 사람들의 후기에 여러가지 패러디 된 내용을 살리기 위해서 고심했다고 한다. 몇가지를 보긴 했지만 얼마나 많은 패러디가 있기에 후기에서 그것을 강조하여 넣은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갈리아의 딸들을 보면서 새삼 여성과 남성은 얼마나 다른가, 그리고 남성중심의 사회는 얼마나 알게모르게 폭력적인가를 생각해볼 수 있었다.
덧붙여 남성이 중심인 사회는 모든것을 다 없애버릴 뿐이라는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도.
2010/01/18 12:46 2010/01/18 12:46
2010/01/15 14:00 | 읽고 듣고 보고...

시사회를 갔다.
혼자가서 봤다. 오래간만에 옆에 신경쓰지않고 영화를 본듯하다.
브로드웨이극장(신사역)에서 보게 되었다. 극장내에는 세군데의 음료 및 먹을 거리를 파는 곳이 있다. 하지만 앉아서 먹을 공간은 그리 충분하지 않기에 음식 사들고 뻘쭘하니 서서 먹는 경우도 발생하겠더라. 외부에서 음식을 사들고 갔지만(극장내에 배채우기 적당한 음식은 없으리라 생각해서) 핫도그도 팔고 있고 보기에 먹음직스러웠고 가격도 그리 비싸보이지 않기에 다음에 오게되면 내부에서 먹거리를 사 먹는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한손에는 먹을거 들고 다른 한손엔 음료및 케밥이 들어있는 봉투를 들고 서서 먹으면서 주위를 둘러보았기에 아마 옆에서 봤으면 심히 불쌍해 보였을듯 하네.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면 스포일러 잔뜩이므로 접고,

일단 홍보용 전단지나 홈페이지를 통해 접한 내용, 이나영이 아빠가 되서 소동이 벌어진다는데 도대체 무슨일로 아빠가 되서 소동이 벌어지는 것인지가 무척 궁금했다. 아니 여잔데 무슨 아빠랑 이름이 같다고 아빠 행세를 하는거야? 라는 의문이 생겼던 것이다. 얼핏 보이는 트랜스젠더는 거기 나오는 문구를 바탕으로 이어내기에 턱없이 부족해서 무시했다.

그건 영화를 보면서 슬슬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것을 소재로 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들더라. 태어난 생물학적 성과 자아가 느끼고 인식하는 성이 달라 결국 그것을 일치시킨 캐릭터가 손지현(이나영 역)이었다. 간간히 과거의 회상을 통해 이것을 보여주고 그사이의 고민은 직접 보여주지 않지만 이제 여자로서 좀 정착하려던 순간에 찾아온 과거에 덜미를 잡힌 지현의 "왜, 하필 지금이냐고." 라는 대사로 얼추 짐작해본다.

그런 지현의 사정은 뒤로하고 단순한 남녀연애에 집중해서도 어느정도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물론 지현의 그 알쏭달쏭 빼는 행동은 아리송하게 했지만, 뭐 여자심리를 제대로 알고 있는 내가 아닌지라 그런식으로 이해하려던것이 무리였다는 생각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든다.

가볍게만 보이던 캐릭터가 꽤나 쉽지 않은 고민을 껴안고 있는 캐릭터임을 알게 되면서 영화에 나오는 인물의 대부분을 좋아하게 됐다. 웃기려고 연출한 상황외에는 나름의 고민이 있던 부수캐릭터들, 마음에 든다. 전부는 아니라는 것.

연애하면서 써먹을 수 있겠다는 대사도 꽤나 나왔다.
영화 러브스토리의 대사인 "사랑은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거에요."를 정정한 "사랑은 당신이 잘못이야라고 말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해주는 부분과 뒤로 걷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맘에 들었는데 잘 기억나진 않아서 쓰지는 못하겠다.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기에는 그렇게 짜임이 좋지 않다. 어느정도 가볍게 트랜스젠더의 고민 이라는 부분을 다루려 했던것이리라 짐작한다. 이 문제에 고민을 하던 사람에게는 너무 가벼운 영화겠지만 전혀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에게나 반대의 의지만 세우던 사람에게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는 것이 영화의 제작의도라 생각한다.

그렇게 가볍게 보면 적당히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영화라고 생각.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이 불편하기에 브로드웨이극장에 대한 인식이 조금 안좋아졌다.


2010/01/15 14:00 2010/01/15 14:00